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의 절터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조비로자나불상.
보물 제542호. 전반적으로 불상의 어깨가 넓고 당당하여 육중한 느낌을 주나, 불신에 비해 대좌의 높이가 낮은 편이어서 신체 비례가 적당하지 않고 광배도 없어진 상태이다. 현재 1982년에 새로 지은 전각 안에 석조비로자나불상 외에 홍천 물걸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541호), 홍천 물걸리 석조대좌 및 광배(보물 제544호), 홍천 물걸리 석조대좌(보물 제543호) 등 보물 4점이 나란히 안치되어 있다. 특히 석불상 2구에 대해서는 1942년에 간행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朝鮮寶物古蹟調査資料)』에, “화강암제 좌상으로 연화좌가 있고 높이는 1구가 5척 7촌으로 완전하며, 다른 1구는 3척 7촌으로 목이 부러져 있으나 조각은 모두 정교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석조비로자나불상은 나발(螺髮)이 표현된 머리 위에 큼직한 육계(肉髻)가 놓여 있으나, 얼굴은 코가 깨지고 마멸되어 세부 표정을 알아볼 수 없다. 다만, 눈, 코, 입의 크기가 작고 이마도 좁게 표현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두 볼이 통통하면서 살이 있어 보인다. 목은 짧은 편으로 어깨와 거의 붙은 듯 위축되어 있고 가슴 또한 넓지만, 양감이 줄어든 모습이다. 몸에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通肩)의 법의를 걸치고 있으며, 양쪽 소매와 결가부좌한 두 다리 위에는 일률적으로 표현된 평행의 굵은 옷주름선이 보인다. 두 손은 가슴 앞에서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있는데, 왼손으로 오른손의 둘째손가락을 감싸고 있어 일반적인 지권인 형태와는 다르게 손의 좌우가 바뀌어 있다. 지권인은 주로 비로자나불상이 취하는 손모양이다.
홍천 물걸리 비로자나불상과 같이 두 손의 위치가 반대로 되어 있는 좌권인(左拳印)의 비로자나불상은 중국 시안[西安] 베이린박물관[碑林博物館] 회랑에 전시중인 당대(唐代) 9세기 비상(碑像)에 조각된 불상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비로자나불상 중에 다수의 예가 알려져 있는데, 경주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을 비롯하여 경북대학교박물관 소장의 사암제 비로자나불상과 진주 한산사 석조비로자나불상,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광주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 대부분 9세기경에 조성된 통일신라 후기의 불상이다. 홍천 물걸리 불상이나 천황사 불상, 증심사 불상과 같은 좌권인상은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에 얹어 놓은 항마좌(降魔坐)를 하고 있는데, 통일신라시대의 비로자나불상은 오른쪽 다리를 위에 올려놓은 길상좌(吉祥坐)를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마좌의 비로자나불상은 3예에 불과하지만, 모두 좌권인을 하고 있어 손의 위치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좌는 상대, 중대, 하대로 구성된 팔각연화좌로 통일신라 후기의 전형적인 대좌형식이다. 하대는 복판복련(複瓣覆蓮)을 8엽으로 돌렸으며 그 위로 2단의 굄이 중대를 받치고 있다. 8각의 중대석에는 모서리마다 우주(隅柱)를 새기고 그 사이 각 면에는 향로 1개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공양상(供養像) 2구, 불입상 5구를 조각하여 장엄화하였다. 상대는 반구형의 앙련(仰蓮)을 2단으로 새겼으며 각 연판문에는 다양한 꽃문양을 장식하여 섬세하면서 화려한 느낌을 준다.
홍천 물걸리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줄어들었으며 원만한 얼굴이나 약간 위축된 신체표현, 무겁게 처리된 형식화된 옷주름 표현, 3단으로 구성된 연화대좌 등에서 9세기경 통일신라 후기 불상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2003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실시한 발굴조사를 통하여, 이 석조비로자나불상은 금당의 본존불로 좌우에 석가불(釋迦佛)과 노사나불(盧舍那佛 또는 阿彌陀佛)을 배치한 삼신불(三身佛)이며 대적광전(大寂光殿)에 안치되었음이 밝혀졌다. 이때 하대석 아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받침대도 함께 발견되었는데 각 면에 안상(眼象)을 새기고 그 안에 사자(獅子)가 1구씩 배치되어 있다. 크기나 형태, 특징으로 볼 때 석조비로자나불상 대좌의 하대 받침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1967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사할 때 절터 주변에서 소량의 철불 파편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우협시, 즉 노사나불은 철불이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따라서 홍천 물걸리 불상은 우리나라 삼신불로서는 가장 이른 시기의 예에 해당되며 석불과 철불이 함께 구성된 삼신불이라는 점에서 통일신라시대 불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홍천 물걸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洪川物傑里石造毘盧遮那佛坐像]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사진출처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