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억 선생 : 관동학회
독립협회가 해산한 이후 공진회, 헌법연구회, 대한자강회, 대한협회, 인민대의회 등과 같은 민간 정치단체와 국민교육회, 국문연구회, 대동학회, 흥사단, 청년회, 진명부인회와 같은 교육문화단체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모두 민족의 운명이 위기에 처한 것을 안타깝게 여겨 민족의 진로를 모색하는 선구적 우국지사들의 모임이었다. 이와 같은 모임 가운데 전국적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출신지역에 사립학교를 세워 민족교육에 앞장서자고 하는 학회가 지역별로 조직되었다. 서북학회(평안도·황해도·함경도 출신)와 기호학회(경기도·충청도 출신), 교남학회(경상도 출신), 관동학회(강원도 출신) 등이 조직된 것이다.
관동학회는 1908년 3월 23일 서울 정동의 자강회관에서 발기평의회를 조직하고, 4월 2일 모임에서 선생을 회장으로 세웠다. 이 관동학회는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어 철원지회를 설립하였으며 서울 종로 후암동에 도내 우등생들을 위한 강습소를 마련하고 신설 사립학교 교사로 보낼 인재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관동학회를 비롯한 일체의 모임은 1910년 8월 29일 일한강제조약 이후 전면 금지되어 문을 닫게 되었다.
<교육월보> 창간사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근인(根因)이 어디 있느냐 하면 그 나라 안에 사는 인민의 지식이 있고 없는 데 있으며, 인민의 지식이 있고 없는 것은 어디 있느냐 하면 교육이 발달되고 못 되는 데 있나니, 그러한즉 교육이라 하는 것은 나라를 문명케 하고 부강케 하는 큰 기관이라 하리로다.
대저 교육이라 하는 것은 이전에 우리나라의 구식으로 하늘 천(天) 땅 지(地)로부터 <동몽선습>(童蒙先習)과 <통감>(通鑑)·<사략>(史略)이며, 오언당음(五言唐音)·칠언당음(七言唐音) 같은 글이나 배워서 기성명(記姓名)이나 하든지 귀글이나 줄 글짓기를 공부하여 과거(科擧)나 보는 이런 학업을 가르침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사람의 지식을 넓혀서 세상 모든 일을 다 알게 하고 또 각각 그 지식을 다하여 농사의 일이나 장사의 일이나 물건을 제조하는 공업 같은 일을 편리하고 이익이 많도록 연구하여 자기가 몸소 행하기도 하고 사람을 가르치기도 할 뿐 아니라 나라를 사랑하는 생각을 자기의 몸이나 집보다 더 중요케 하여 나 한 사람이 게을러서 일을 아니하면 전국이 빈궁하리라 하며, 나 한 사람이 행위를 잘못하여 외국인에게 욕을 당하면 전국 사람이 모두 당하는 것이라 하여, 사람마다 이와 같이 하면 그 나라는 자연 문명부강(文明富强)이 될 것이거늘, 우리나라에는 어려서부터 5∼6년, 7∼8년을 공부하였다는 사람이라도 그 가장 어려운 한문을 배우기 때문에 필경은 기성명도 못하는 자가 무수하고 공부를 잘하였다 하는 자라도 시세(時世)의 형편이나 농공상(農工商)의 업을 발달하는 일은 꿈 밖으로 안즉,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야 더구나 한마디 들어도 보지 못하였으니 어찌 나라 형편이 이 지경에 이르지 아니하리오.
저 문명한 나라 사람들은 6∼7세부터 15세까지 법률에 의지하여 학교의 공부를 아니하지 못하고 또 배우는 글이 다 자기 나라 국문(國文)이라 배우기도 용이하고 그 공부하는 책은 사람의 일용사물(日用事物)에 긴요한 과정이며, 또한 나라 사랑하는 정신을 마음속에 박히도록 하는 고로, 6∼7세부터 15세까지만 공부하면 큰 글은 못할지라도 각항(各項) 치부(置簿)와 편지 왕복은 못하는 사람이 없고 또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굳어서 나라 일이라 하면 몸이 죽어도 기어코 사양치 아니하나니, 이같이 국가를 사랑 아니치 못하는 관계는 이 다음에 설명하려니와 우리나라 교육에 제일 큰 폐단되는 것은 첫째 한문만 숭상하고 국문을 우습게 아는 일이로다.
그 근인을 말하자면 이후에도 말하려니와 한문이라 하는 것은 곧 청국(淸國) 국문이라, 우리나라 말과 그 글의 뜻이 달라서 배우기가 어렵고, 또한 그 글자 수효가 많아서 평생을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하는 바인즉, 자품(資稟)이 둔탁한 자는 아무리 오래 배워도 그 공부한 효력이 없고 또 7∼8년이나 10여 년의 경영이 없으면 당초에 그 자손을 입학시킬 생각도 둘 수 없는 고로 글을 배우는 자가 백 명에 한두 명이 넉넉지 못하니, 나라 인민이 이같이 무식하고 어찌 남의 노예되기를 면하리오.
매양 유지(有志)한 자의 탄식하는 바이러니, 근래 본인 등이 각각 자본을 구취(鳩聚:한 곳에 모임)하여 한 회사를 조직하고 이 책을 발간하여 무식한 동포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각색 긴요한 한문만 뽑아서 다달이 한 권씩을 출판하되 이름은 <교육월보>라 하니 비록 나무하는 아이와 무식한 부인이라도 첫권부터 공부하면 삼사 삭(三四朔)을 지나지 못하여 한문공부를 10년 한 것보다 백 배나 나을 것은 지각있는 자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가히 알지라.
무릇 학문이란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세계 형편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당연히 할 도리를 아는 것이 학문이니, 한문으로만 가르쳐야 알고 국문으로 가르치면 모르는 것이 아닌즉, 순연(純然)한 우리나라 글자로도 법률·정치·교육·식산(殖産:경제)·물리·화학·역사·지지(地志)·산술 등 각종 학문을 못 가르칠 바가 없으며 못 배울 바 없고, 배우면 그대로 시행치 못 할 바가 없은즉, 배우지 못한 우리 2천만 동포로 하여금 매삭(每朔)에 한 권씩 사서 아침 저녁 노는 겨를과 일하다가 쉬는 때와 심지어 화륜거(火輪車)·화륜선(火輪船)을 타고 다닐 때라도 놀고 잠자지 말고 열람하면 전국 동포가 모두 큰 학자가 될 것은 정한 일이니 그렇게 되면 거의 무너진 우리 대한 큰 집을 바로잡아 남의 압제(壓制)를 면하고, 자주독립을 회복하여 세계에 동등 대접을 받기가 어렵지 아니할 줄로 믿고 믿노니, 동포들은 힘쓸지어다.
자료출처 : 기독교대한감리회 한서기념사업회
13-06-10 14:37